신·구세대의 콜라보레이션은 아티스트, 음악팬들에게 반갑고도 남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지난해 2월 세계적인 팝스타 리한나(보컬)와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기타 연주), 독보적인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피처링)의 'FourFiveSeconds'가 좋은 예다. 

 

이처럼 선후배간 콜라보레이션은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시너지 효과를 내곤 한다. 후배 가수 입장에선 내공 깊은 뮤지션과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깊이를 꾀하며, 선배 가수는 음악의 신선도를 높이는 것과 아울러 수용자층 확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서로 다른 세대의 뮤지션들이 '합'을 이룬 노래를 들으며 트렌디한 감성과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만족도가 크다. 이들의 협업이 대중에게 '먹히는' 이유다.

국내 가요계에도 선후배가 머리를 맞대는 현상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가요계의 전설'과 '라이징 스타'가 만나 위력을 발휘한 6곡을 소개한다.

조용필 & 버벌진트 'Hello' 2013.04.23. 발매

'가왕' 조용필은 19번째 앨범 타이틀곡 'Hello'의 후반부 랩 피처링에 래퍼 버벌진트를 영입했다. 조용필에게 'Hello'는 젊은 팬층과의 유대를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 강렬한 기타와 드럼 연주를 기반으로 한 팝-록 곡은 전세대의 취향을 아울렀다.

랩 피처링으로 버벌진트를 선택한 이유는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래퍼이자 자신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버벌진트가 참여함으로써 조용필은 한결 젊어진 느낌을 과시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이승환 & 김예림 '비누' 2013.12.05. 발매

듀엣곡 '비누'에서 이승환과 '슈스케' 출신 김예림은 무려 29세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감성의 일치를 이뤘다. 이승환이 작사한 '비누'는 남녀 간의 동거와 이별을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해 공감을 샀다. 두 가수의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은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특히 김예림의 독특한 음색과 감성이 이승환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더욱 색깔이 진해졌다.

서태지 & 아이유 '소격동' 2014.10.02. 발매

서태지는 9집 'Quiet Night'을 발매하면서 이전과 다르게 대중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그 일환이었다. 가요계에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방식의 콜라보레이션 선공개곡 '소격동'으로 9집의 베일을 벗은 것이다.

서태지는 1980년대 서울 소격동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남녀 입장에서 바라본 2개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풀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대세 가수 아이유는 순수함과 긍정의 에너지를 퍼뜨려 음원차트 1위의 영광을 서태지에게 안겨줬다.

임재범 & 태연 '사랑보다 깊은 상처' 2015.09.10. 발매

 

소녀시대 태연이 임재범 30주년 프로젝트 앨범의 첫 주자로 선정됐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왜 아이돌을? 하지만 태연은 아이돌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손 꼽히며, 발매하는 음악마다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임재범이 프로젝트 앨범의 선발타자로 내세우기 충분한 아티스트였다.

재해석된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임재범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태연의 청아한 음색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가요계 레전드와도 무리 없이 호흡할 수 있는 태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창완 & 김필 '청춘' 2015.10.31. 발매

 

국내 펑크록의 개척자인 밴드 산울림의 명곡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첫 OST로 리메이크됐다. 다시 태어난 '청춘'은 섹시하고 날카로운 음색이 매력적인 김필과 원곡자인 산울림 리더 김창완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김필이 현재 청춘의 젊은 감성을 담아냈다면, 김창완은 청춘을 보낸 어른의 깊은 감성을 전하며 두 세대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김창완의 나즈막한 목소리는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날리며 곡을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이문세 & 로이킴 'The Christmas' 2015.12.15. 발매

80년대 발라드 황제 이문세와 신세대 발라드 가수 로이킴의 만남 역시 신선한 조합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 'This Christmas'는 이문세의 수많은 히트곡과는 다른 느낌, 형식의 노래지만 특유의 행복함과 따스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다.

그는 20대의 얼굴로 30대의 감성을 노래하는 로이킴의 스위트한 목소리와 동반하며 유쾌하고 포근한 캐럴을 완성했다. 여기에 힙합그룹 팬텀의 한해를 랩 피처링으로 기용해 젊은 감각을 더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인턴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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